[헤이클래스 시즌 2-1] '좋은' 조직문화에 대한 오해와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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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조직문화에 대한 오해와 실제

20.08.19


헤이클래스 두 번째 시즌에서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어떻게 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 나눠본다. 조직 운영과 관련해 요즘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조직문화'일 것이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직원에게도, 대표에게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조직문화가 과연 ‘좋은 조직문화'일까? 좋은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어나가는 것일까?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8월 19일, 1주차 강연에서는 「조직문화 통찰」의 저자 국민대학교 김성준 박사와 함께 ‘조직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성준 박사는 SK 리더십개발센터에서 리더십 관련 연구를 오래 진행했으며 스타트업 등 작은 조직의 문화도 궁금해 2년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다.



조직문화, 단어 뜯어보기

‘조직문화’라는 말, 여기저기서 많이 들리기는 하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지 한 번에 와닿지 않는다. 단어를 이루는 ‘조직', ‘문화'라는 말이 각각 구체적인 뜻을 담고 있지 않고, 너무 포괄적이어서 그렇다. 

그렇다면 한 단어씩 따로 생각해보자. 먼저, ‘문화'는 무엇일까? 김성준 박사는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도록 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문화를 정의한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는 어떤 상황에서 해도 되는 행동과 하면 안 되는 행동이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는 지하철을 기다릴 때 차례대로 줄을 서고, 어린이나 노약자가 있다면 내 자리를 양보한다. 법으로 이렇게 하라고 정한 것도 아닌데 대다수가 알고 따른다. 따르지 않으면 어울려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 양식이 바로 ‘문화'다. 

다음으로 ‘조직'은 무엇인가? 가족처럼 자연발생적인 집단의 목적은 삶이다. 그냥 살아나가면 된다. 반면, 조직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집단이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전공, 성격, 나이 등이 제각각인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곳이 조직이다. 다양한 구성원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문화'가 작은 사회인 조직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조직이 운영되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냥 사람들을 모아놓고 “오늘부터 일합시다”라고 말한다면 중구난방이 될수 밖에 없다.   


*출처 : 강연 자료

김성준 박사는 조직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라며 노트북 얘기를 꺼냈다. 노트북을 뜯어서 안을 살펴보면 전 세계 각지에서 온 부품들이 모여있다. 그런데 부품들을 단지 모아 놓는다고 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이 실현되지는 않는다. 노트북을 실제로 작동시켜서 사용자의 목적을 이뤄주는 뭔가가 필요한 것이다. 바로 소프트웨어(운영체제)다. 조직문화는 말하자면 그 조직을 실제로 움직여주는 ‘정신적인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운영체제 안에는 또다시 인터넷, 워드 같은 여러 응용 프로그램들이 있다. 10년 전에는 컴퓨터를 켜서 여러 개 창을 띄우면 하나가 안 되거나 오류가 나는 경우가 잦았다.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실현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좋은 운영체제는 다양한 프로그램(조직으로 따지면 각 부서)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그때그때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와 조직문화 

조직문화는 그 회사가 작동하는 방식, 즉 일하는 방식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조직이 속한 산업군, 초기 대표의 성향, 회사의 핵심 목적을 측정하는 지표의 특성, 조직 구성원 등 여러 요소가 모여 조직문화를 이룬다. 한편, 사업을 구상하거나 시행할 때 필요한 새로운 전략이 기존의 조직문화와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새 전략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굳어버린 조직문화의 한계다. 한번 뿌리내린 조직문화는 잘 바뀌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는 이를 두고 “조직문화는 아침으로 전략을 먹는다"고 말했다.

*출처 : 강연 자료


HP에서 일하던 스티브 워지니악의 사례를 보자. 어느 날 동네 친구이던 스티브 잡스가 워지니악에게 개인용 컴퓨터 사업을 시작하자고 말한다. 워지니악은 솔깃해 회사에 가서 임원진을 모아놓고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메인프레임(대형 컴퓨터)으로 이미 큰 수익을 내고 있던 HP 임원진의 반응은 시원찮았고, 워지니악은 퇴사해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한다. 

‘개인용 컴퓨터'라는 새로운 전략의 씨앗은 이미 HP 안에 있었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메인프레임이라는 기존 사업에 임원진의 시야가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심리적 감옥을 만들어낸다”는 말이 있다. 심리적 감옥에 갇히지 않도록 늘 열린 마음을 갖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조직문화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문화, 관찰해보기

그렇다면 어떤 회사는 어떤 조직문화를 가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김성준 박사는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가서 세세히 관찰해보라고 말한다. ‘평등한 기업'이라며 광고하는 회사 건물에 갔을 때, 막상 주차장에 임원 전용 자리가 마련돼 있다면 실제 조직문화는 평등하지 않다는 얘기다. 또, 여러 사람과 마주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지 아니면 조용히 있는지 등 사소한 장면에서도 이곳의 조직문화가 드러난다.


 

*출처 : 강연 자료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조직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주차장, 사무실 배치 등 표의 각 항목을 토대로 우리 조직의 모습을 점검해보자. 가장 최근에 참여했던 회의 장면을 떠올려 봐도 좋겠다. 누가 어디에 앉았는가? 어떤 순서로 말했고 최종 결정은 누가 어떻게 했는가? 회의실이 따로 있다면 뒷정리는 누가 했는가?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것,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도 우리 조직의 문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3 요소 

주차장이나 사무실 배치처럼 눈에 보이는 모습은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까지 모두 모여 하나의 조직문화를 이룬다. 김성준 박사는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요소 세 가지를 아래 표와 같이 정리했다.

*출처 : 강연 자료

첫째, 주차장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는 ‘①인공물’이다. 둘째, 조직문화는 이 회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발 딛고 있기도 하다. 이를 ‘②표방하는 가치’라고 한다. 끝으로 조직문화는 암묵적으로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관점이나 가치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③암묵적인 신념'이다.


세 요소를 가지고 페이스북 코리아 1층에 있는 자판기를 분석해보자.

*출처 : 강연 자료 (페이스북 사례)

①인공물: 자판기 / 인공물은 사진 속 파란 자판기다. 자판기 안에는 키보드, 마우스 같은 컴퓨터 주변기기들이 들었고 사원증을 태그하면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

②표방하는 가치: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라(Focus On Impact) / 페이스북의 핵심 가치[링크] 중 하나는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이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이 자판기 덕분에 사소한 소모품을 구매하는 데 총무팀의 승인을 기다리느라 며칠을 허비하거나, 바깥까지 나갔다 오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③암묵적인 신념: 필요한 만큼만 가져간다. / 페이스북이라는 조직은 구성원 모두가 필요 이상으로 물품을 마구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무료 자판기를 회사 로비에 설치할 수 있었다. 



좋은 조직문화란?


*출처 : 강연 자료

‘좋은' 조직문화는 무엇일까? 몇 매체에서는 업무 시간에 농구를 하거나 맥주를 마셔도 되는 회사 등을 ‘좋은 회사'의 사례라며 소개한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단지 복지가 좋은 회사를 좋은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라고 잘못 생각한다. 가장 먼저 짚어보았듯 조직은 자연발생적인 집단이 아니라, 목표 달성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갖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집단이다. 좋은 조직문화라는 말 앞에 ‘어디에?’라는 물음을 넣어보자. 어디에 좋은 문화가 좋은 조직문화일까? 


*출처 : 강연 자료

단연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 즉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문화가 좋은 조직문화다. 한편 맥주를 마셔도 되는 회사는 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조직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 좋은 조직문화, 달리 말해 선진 문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목표 달성과 인간다운 삶이라는 두 가지 조건 중에서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무엇이 먼저일까? 김성준 박사는 “x축을 먼저 챙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일수록 일차적인 생존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창의성 연구의 대가로 불리는 테레사 에머빌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그날 업무에서 한 발 전진했음을 느꼈을 때'라고 한다. 현직자 238명의 일기 12,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다. [링크] 김성준 박사가 국내 직장인 6,000명에게 질문한 결과 역시 동일했다. 직장인들은 일에 필요한 도움이나 피드백을 받았을 때, 그날 업무에 있어 성장했다고 느꼈을 때를 행복한 순간으로 꼽았다. 테레사 에머빌은 이를 ‘전진의 법칙(The Progress Principle)'이라고 이름 붙였다. [링크]

즉,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업무가 전진된다는 측면에서 우리 회사의 문화가 효과적인지를 반드시 점검해봐야 한다. 우리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각자 맡은 업무가 전진되는가?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성공과 성장을 경험하는가? 렇다면 좋은 조직문화를 갖춘 곳, 나아가 행복한 일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강연 자료

끝으로 김성준 박사는 “이상적인 선진 문화는 말 그대로 ‘이상적'인 문화다. 짧은 시간 안에 성취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중요한 건 경영진이 이상 문화를 마련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Q&A


Q. 최근 몇 대기업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내부 조직문화에 변화를 주기도 했습니다. 조직문화에 변화를 주려면 또 어떤 방법이 가능한가요?  

A. 앞서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세 요소로 ①인공물 ②표방하는 가치 ③암묵적인 신념을 소개했다. 조직문화에 변화를 주려면 첫째로 ③암묵적인 신념을 바꾸면 된다. 예컨대 인간을 수동적인 주체로 봤다면 이제부터는 능동적인 주체로 간주하는 것이다. 회사 정책도 구성원이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면 문화도 바뀐다. 두 번째 방법은 ①인공물부터 바꾸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부터 바꿔서 구성원에게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임원실을 없애는 행동은 이제부터 자유롭고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Q. 조직문화란 초기 창업자에 의해 결정되는 걸까요? 이후에 합류한 사람은 여기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A. 작은 조직일수록 초기 창업자의 영향을 실제로 많이 받는다. 창업자가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어떤 가정(암묵적인 신념)을 갖고 있는지가 조직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잦다. 예컨대 교육을 신성하게 생각하는 A라는 창업자와 교육 콘텐츠를 그저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B라는 창업자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교육 사업을 창업한 두 대표는 자신과 유사한 신념을 가진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할 것이다. 혹여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이 입사한다 해도 조직과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느껴 퇴사하기 쉽다. 그러니 대표의 성향대로 조직문화가 형성되는데, 조직이 커질수록 자연스레 초기 창업자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Q. 이상문화와 현실문화 사이 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인사 담당자입니다. 우리 조직의 암묵적인 신념을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 

A. 우선 관찰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경영진, 구성원끼리 했던 대화들을 찬찬히 돌이켜보면 좋다. 어느 회사에 갔을 때 임원 중 한 명이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야 성과를 낸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여기는 시간을 ‘양’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조직인 것이다. 또, 기본 가정 탐색 카드[링크]를 활용해봐도 좋겠다. 시간, 인간, 성공, 실패 등에 대해 우리 조직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카드 속 질문들을 토대로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Q.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구성원, 리더, 피플팀의 역할은 각각 무엇일까요? 

A. 선진 문화에 가까운 조직일수록 문화를 기술적으로 다룬다. 이런 곳에서는 주위 환경이 변하면 전체 구성원이 모여서 우리 조직문화에서 바꿔야 하는 점은 없는지, 바꾼다면 어떤 방향으로 수정해야 좋을지 토론한다. 토론을 통해 합의한 새로운 방향의 조직문화는 빠르게 시행한다. 이렇게 조직문화를 계속 점검하고, 시대에 맞게 유연히 조정해야 조직이 오래 생존할 수 있다. 구성원과 리더는 토론에 참여해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해줘야 하고, 피플팀은 변화하는 외부 환경과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적절한 시점에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좋은 조직문화란 결국,

좋은 호흡으로 함께 일하며 전진할 수 있는 조직의 문화"


좋은 조직, 좋은 조직문화의 핵심은 바로 ‘전진(progress)'에 있었다.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는 회사, 해먹에서 잠시 눈을 붙여도 되는 회사도 좋은 곳이라 할 수 있겠지만, 조직의 기본은 역시 ‘일’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였다. 

조직문화는 한 사람이 만들지 않는다.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를 계속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면 구성원 모두의 마음이 모여야 한다.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셈이다. 좋은 조직문화란 결국, 좋은 호흡으로 함께 일하며 전진할 수 있는 조직의 문화가 아닐까? 어렴풋하게만 느껴지던 ‘좋은 조직문화'라는 말이 조금은 명쾌하게 다가온다. 


*작성 : 최남연

*편집 : 윤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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